한자로 이루어진 단어는 한자 하나하나에 뜻이 담기다보니,
전체 풀이를 보면 생각보다 이상한 뜻이 되기도 하는 단어들이 종종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단어들을 분해해서
숨겨져 있던 요상한 뜻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일식(日蝕)과 월식(月蝕)
달이 해를 가리고, 지구의 그림자가 달을 가리는 현상을 일식과 월식이라고 하죠.
日과 月은 대부분 아는 그 한자인데, 蝕은 좀먹을 식이라는 한자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식을 먹을/밥 식(食)으로 쓰기도 합니다.
해와 달을 좀 먹고 있는 중 임을 의미하는 단어인 셈이죠.
일식과 월식 현상을 제대로 표현한 단어이긴 한데,
아마 式(행사, 의례)로 아셨던 분들이 상당히 계셨을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일식과 월식이 용이 해와 달을 집어 삼키는 모습으로 여겼다고 하니,
한자에도 그러한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목이(木耳) 버섯
모기 버섯 아닙니다.
목이 버섯은 나무의 귀 모양 버섯이라는 뜻입니다.
茸(버섯 이)라는 단어가 있기 때문에 한자를 조금 안다 하시는 분들은
당연히 이 한자라고 생각을 하셨을 겁니다.
목이 버섯은 정말 나무에 귀가 생긴 듯 자라는 습성이 있고,
이를 직관적으로 표현한 단어입니다.
독(禿)수리
독(禿)은 대머리라는 뜻입니다. 수리는 대형 맹금류를 칭하는 우리말이죠.
따라서 독수리는 풀면 대머리 수리 입니다.
이는 독수리가 유독 머리 부분만 하얀색이기 때문인데요.
엄연히 말해 대머리는 아니죠.
힘내세요 머머리님들.
양말(洋襪)
아직도 양말이 왜 양발(?)이 아닌지에 대해 의문을 갖고 계신 분이 있을까요? ㅎㅎ
양말은 바다 양, 버선 말 을 쓰는 단어입니다.
여기에서 바다 양은 정확히는 물 건너 온, 즉 서양을 뜻하는 단어죠.
그래서 양말은 서양식 버선 이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양복(洋服)도 서양식 복장,
양궁(洋弓)은 서양식 활
양파(洋파)는 서양에서 온 파
양배추(洋배추)는 서양에서 온 배추 입니다.
양키즈는 서양에서 온 아이들... 죄송합니다.
제왕절개(帝王切開)
정말 특이한 단어입니다.
자연 분만이 어려운 경우, 복부를 갈라 아이의 출산을 돕는 이 수술의 이름에
제왕(帝王 : 황제의 의미)이라는 단어가 들어 있습니다.
이는 영문 Caesarean section 을 그대로 가져온 말인데요.
여기에는 2가지 설이 있습니다.
먼저,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탄생 설입니다.
그가 바로 제왕절개로 태어났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카이사르(Caesar)의 이름을 따 Caesarean section 이 된 것이죠.
하지만 당시가 기원전 100년 경 임을 감안하면 신뢰도가 떨어집니다.
그런 기술이 있을리 없을 뿐더러, 그렇게 아이를 꺼냈다 하더라도
카이사르 어머니는 출산 후 무사한 정도가 아니라 매우 건강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설로는 라틴어 'Cedare'에서 유래되었다고 보는 관점입니다.
이 단어는 자르다 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쪽이 좀더 신빙성이 있지만,
사람들은 위대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법인지라
전자의 이야기가 널리 퍼져 있습니다.
풍경(風景)
흔히들 풍경이라 하면 자연 경관을 뜻하곤 합니다.
한자를 하나하나 풀어보면 '바람의 경치'라는 좀 더 멋진 해석이 나오는데요.
여기에서 쓰인 풍(風)은 단순히 바람의 뜻이 아니라
분위기, 상황, 상태 등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풍속(風俗:사회에서 행해져온 습관적인 행위나 모습)' 또한 그런 의미를 담고 있죠.
음식의 '풍미(風味)' 도 이와 비슷하게 '고상한 맛' 정도로 해석됩니다.
알고보면 요상하지만 재밌는 한자.
어떻게 보셨나요?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쓰는 많은 단어들에
숨어 있는 참뜻을 발견하는 것은
색다른 즐거움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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