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고사성어 중에 유독 친구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제법 많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친구와 관련된 여러 한자 이야기들을 풀어볼까 합니다.
親舊(친구)
친할 친, 옛 구 를 쓰고 있어, 오래 두고 가까이 지낸 벗 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해당 단어 안에는 나이가 같음을 뜻함이 없음에도,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나이가 같아야 '친구'가 됩니다.
씁쓸하면서도 안타까운 문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莫逆之友(막역지우)
없을 막, 거스를 역, 어조사 지, 벗 우 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서로 거스름 없이 지내는 벗이라는 뜻이죠.
管鮑之交(관포지교)
관중(官仲)과 포숙아(鮑叔牙)의 관계라는 뜻인데 돈독한 우정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는 다음과 같은 고사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관중과 포숙아는 서로 같이 장사를 하게 되었는데 관중은 항상 남몰래 자기 몫을 더 떼어서 분배를 하여 가져갔다.
이에 남이 포숙아에게 이 일을 일러바치니 포숙아는,
"관중은 나보다 가난하니 당연히 많이 가져감이 마땅하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였다.
관중이 벼슬을 하려다가 세번이나 실패했어도 포숙아는 타박하지 않고 말하기를,
"자네는 시대를 타지 못한 것뿐일세"
라고 위로하였다.
관중과 포숙아가 전쟁터에 나갔을 때 관중은 항상 맨 뒤에 섰고,
싸우면서도 세 번이나 도망을 쳤다. 모두가 관중을 비난할 때도 포숙아는,
"관중에겐 늙으신 어머니가 있다. 관중이 죽으면 그분을 누가 돌보겠는가?"
이 말을 들은 관중은 하늘을 우러러 보며 이렇게 말했다.
"나를 낳아주신 분은 부모님이지만 나를 알아주는 사람은 오직 포숙아로구나!" (生我者父母 知我者鮑叔也)
훗날 관중과 포숙아가 각각 모시는 주군이 서로 적이 되어 싸웠고,
결국 포숙아의 주군이 승리하여 관중을 죽이려 했다.
그러자 포숙아는 주군을 설득해서 관중을 재상으로 삼게 했고, 제나라는 열국의 패자로 발돋움했다.
세상을 떠나는 날에 관중은 제환공이 후임 재상을 묻자, 포숙아는 성품이 지나치게 곧다며 추천하지 않았다.
하지만 포숙아는 오히려 이를 듣고 몹시 기뻐하였다.
"역시 관중이다. 그는 사사로운 인연으로 대업을 망치지 않는 사람이다"
이 이야기, 어떠신가요?
제가 보기에는 포숙아만 관중을 위하였고, 관중은 포숙아를 그다지 배려한 부분이 없는...
일방통행의 관계처럼 보이네요.
金蘭之契(금란지계)
쇠 금, 난초 난, 어조사 지, 맺을 계 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金蘭之交(금란지교)라고 하기도 합니다.
직역하면 '쇠와 난의 맺음' 인데, 이는 친구 사이의 매우 두터운 정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어원은 공자의 다음 말에서 비롯하였습니다.
군자의 도(道)는 나가 벼슬하고, 물러나 집에 있으며,
침묵을 지키지만 크게 말한다.
두 사람이 마음을 하나로 하면 그 날카로움이 쇠를 끊고,(二人同心 其利斷金)
마음을 하나로 하여 말하면 그 향기가 난초와 같다.(同心之言 其臭如蘭)
水魚之交(수어지교)
물과 물고기의 관계에서 볼 수 있듯, 서로 뗄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말합니다.
이는 우리가 잘 아는 삼국지의 유비와 제갈량의 관계를 지칭하는 것에서 유례하고 있습니다.
유비는 삼고초려를 통해 제갈량을 기용한 후 그를 지극히 대하였는데,
이를 관우와 장비가 못마땅히 여겼다.
이에 유비는 관우, 장비를 불러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내가 공명을 얻은 것은,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것과 같으니, 다시는 불평하지 말라."
관우, 장비는 다시 불만을 표하지 않았다고 한다.
知音(지음) 그리고 伯牙絕絃(백아절현)
백아(伯牙)가 거문고 현(絃) 끊었다(絶). 라는 뜻의 이 단어는
자기를 알아 주는 절친한 벗의 죽음을 슬퍼한다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이는 백아와 종자기라는 두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다음과 같은 고사가 전해집니다.
춘추 시대, 거문고의 연주로 이름 높은 백아(伯牙)에게는
자신의 음악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절친한 친구 종자기(鍾子期)가 있었다.
백아의 거문고 연주를 정확히 파악하는 이는 종자기뿐이었고, 여기서 파생된 단어가
知音(지음) - 소리를 알아줌 이다.
하지만 평소 병약했던 종자기는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였고,
백아는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되었다.
이제 백아는 거문고 현을 끊으며 (伯牙絕絃) 다시는 연주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윌리엄 세익스피어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하였습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친구들에 의해서만 알려진다.
친구, 우정이라는 이름은 잘 변하지 않는 것이라고들 합니다.
여러분들께도 곁에 백아와 같은 친구가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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