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우미양가 체점 방식을 아마 모두들 알고 계실 겁니다. 학업 성취도에 따라 등급을 나누는 제도였죠.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90점 이상 : 수, 89~80점 : 우, 79~70점 : 미, 69~60 : 양, 59~0 : 가 이런 식으로 체점되었습니다. 이 제도는 서서히 폐지 수순을 밟았고 2014년에 이르러 완전 폐지가 되었습니다. 이 등급 제도에는 재밌는 한자적 의미와 무시무시한 역사적 배경이 숨겨져 있습니다.
먼저 한자를 살펴보겠습니다. 수우미양가는 빼어날 수(秀), 넉넉할 우(優), 아름다울 미(美), 어질 양(良), 옳을 가(可) 를 씁니다. 어떤가요? 모두 좋은 의미입니다. 점수에 따른 등급을 나누었지만 가장 아래 등급임에도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미(美) 나, 양(良), 가(可) 가 가득한 성적표를 받아들었을 때의 자괴감과 공포(?)를 느꼈던 그 시절의 기억이 다시 한번 재조명되는 기분이 들지 않으신가요?
하지만 수우미양가의 유래를 살펴보면 아마 다른 기분이 드실 것 같습니다. 이 제도는 임진왜란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전쟁이 한창이던 그 시절, 오다 노부나가는 사무라이들에게 전장에서 베어온 머리의 수에 따라 '수우미' 등급을 매겼다고 합니다. 그 중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수(秀)에 속하니 히데요시(秀吉)라 하였으며 가장 뛰어난 가신이라하여 도요토미(豊臣)라는 성을 따로 하사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다만, 이는 하나의 가설이며 신빙성 부분에 논란이 있습니다.)
위의 등급 제도는 일제 시대에도 이어졌습니다. 1941년에 이르러 등급 제도로 '수우미양가'라는 표기법이 등장했지만 오늘날 알려진 평가법과는 조금 달랐죠. 1941년에 도입된 절대 평가법은 優(우), 良(양), 可(가)의 3단계 평가로 이루어졌으며, 1943년이 되어서야 秀(수)와 不可(불가)가 더해져 5단계 평가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재미있는 부분은 정작 일본에서는 이러한 평가 방식을 4년 남짓 사용 후 폐지했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우리나라에서 그러한 잔재를 발전시키고 지속해 나갔던 것이죠.
가장 마지막 등급의 점수에도 가(옳다, 가능하다)의 의미를 부여했던 점에서는 그 당시의 등급 체계에 커다란 차별이 없었음을 알 수는 있었지만, 유래를 알아보면 다소 섬뜩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아주 최근에야 사라진 이 제도, 하지만 여전히 등급은 존재하고 대한민국의 모든 학생들이 등급으로 가둔 틀 안에 자유롭지 못합니다. 교육제도의 전면적 개편이 절실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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