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제이(以夷伐夷)라는 말이 있습니다. 오랑캐로써 오랑캐를 제압한다는 뜻입니다. 한 때 발음이 비슷하여 이 단어를 '이의제의(다른 의견을 제기함)'와 혼동하던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이이제이(以夷伐夷)는 《후한서》의 <등구열전(鄧寇列傳)>의 <등훈전(鄧訓傳)>에 나오는 구절인 '이이벌이(以夷伐夷)'에서 유래합니다. 중국은 고대로부터 북방 이민족들의 위협에 자주 시달리게 되었는데, 당시 이민족은 여러 민족으로 분리되어 있었습니다. 이들이 힘을 합하여 중국 본토로 침략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죠. 때문에 이민족 중 어느 한쪽을 보호하고 도와줌으로써 단합을 방지하고, 또 그들끼리 싸우는 것이 중국에는 유리하다고 생각했던 전략입니다.
전근대에 중원에 가장 큰 위협이 된 집단은 중원과 지리적으로 연결된 서쪽의 옛 흉노와 북쪽의 만주에 거주하는 이주세력이었습니다. 수천 년 동안 중부 평원의 왕조는 이이제이 전략을 활용했고, 이민자 세력은 북부에서 그들 사이에 갈등을 벌였습니다. 이주민세력은 서로를 향해 총력을 다해 중원을 위협할 수 있는 연합군이 되지는 못했지만, 중원이 약해지면 기회를 잡고 연합하여 중원을 침략하려 했습니다. 그리고 이에 성공한 사례도 있으니 바로 몽골족의 원나라, 선비족의 당나라, 만주족의 청나라 등이 있습니다.
21세기, 유목민은 사라졌지만 이러한 역학 관계는 중국에서 지속되고 있습니다. 만주, 내몽고, 티베트, 신장 등 과거 중원에 위협이 되었던 유목민이 살던 지역을 점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공산당은 동북공정, 즉 역사를 다시 쓰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중국 공산당은 지역 주민들을 강제로 동화시켜 이 지역을 한족 전용 영토로 만들려는 노골적인 움직임을 멈추지 않습니다.
또한 이는 중국의 IJY(Isolation, Jeopardy, Yielding)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강압적인 외교 정책을 채택하고 유목 민족이 쇠퇴한 후 등장한 북부의 러시아와 점점 더 영향력이 커진 한국과 일본에 대한 소외를 조장함으로써 중국은 입지를 강화하고자 하는 것이죠.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정부가 펼칠 수 있는 국가적 대응에는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국가간의 이윤 관계와 대립 구도는 국제적 문제거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대한민국 개개인은 사실관계를 분명하게 이해하는데에서 출발하여야 합니다. 역사적 사실을 분명히 알고 이해하여,시간이 흐른 뒤에 얼렁뚱땅 자기 역사로 편입시키려는 움직임에 '이의를 제의' 할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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