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이슈가 되었던 말이 있죠.
'심심한 사과'.
작성자의 의도는 '심심(甚深)'한 '사과(謝過)' 로써, 심할 심, 깊을 심 을 쓰고 있습니다.
'매우 깊이' 라는 뜻이죠. '사과(謝過)' 또한 사례할 사, 지날 과 를 쓰고 있는데
뜻은 지난 일에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빔 입니다.
이를 '하는 일이 없고 지루하니, 사과한다?'
이렇게 받아들인 어느 네티즌이 글을 올리며, 요즘 시대의 언어에 대한 이해도 부분,
이른바 문해력 문제에 작은 불씨를 일으켰습니다.
사실 이렇게 같은 한글로 쓰여도 뜻이 달라지는 말들이 우리말에는 너무나 많습니다.
옛날에는 한자를 병기했고, 글을 읽는 많은 사람들이 한자를 어느정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은 잘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대는 바뀌었고 한자를 쓰면 오히려 늙은이, 노인,
속된 말로 '노땅', '틀딱' 취급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굳이 어려운 한자를 쓸 필요가 있냐며 반문하는 것이죠.
정확히는 한자를 쓴 것도 아니지만 말입니다.
어려운 한자로 된 말을 쓰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에는 모순이 있습니다.
이미 본인이 쓰는 말에 한자로 된 단어가 몇 개인지를 세어보면,
절반 이상을 차지할 테니깐요.
아주 기본적인 단어들조차 거의 대부분 한자가 모태입니다.
우리나라는 조선 이전부터 이미 한자 문화권의 영향을 받았고,
그로 파생된 수많은 말들을 습득하며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이제는 한자로 이루어진 말들을 빼버리면 정상적인 언어 생활이 불가능할 지경이죠.
한자식 표현을 무조건 써야한다라는 입장은 아닙니다.
찾아보면 분명 아름다운 순우리말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 우리말들을 잊지말고 꾸준히 사용함으로써
계속 이어 나가야하는 것 또한 우리의 사명이자 책임일 것입니다.
다만, 동음이의어로 혼동이 빚어질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이해,
그리고 모르면 알고자 하는 의지 또한 지성인으로서의 해야할 일이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심심하지 않은 사과(砂果)를 먹도록 하겠습니다.
이만 총총(悤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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