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小說)은 작가의 상상으로 구성, 혹은 재구성된 허구의 이야기 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삼국지 연의』도 중국 삼국의 역사를 토대로 재구성한 소설(小說)인 셈이죠. 소설(小說)이라는 단어를 살펴봅시다. 작을 소, 이야기 설 을 쓰고 있습니다. 『삼국지 연의』 정도면 대단히 길고 방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작은 이야기' 정도로 치부해버리다니 말입니다. 소설(小說)이라는 단어는 어쩌다 이런 불명예를 가지게 된 걸까요?
소설(小說)이라는 용어는 동시대 서사 개념에 비해 동양에서 다른 의미를 가졌습니다. 『장자』의 『외물편』, 『한서』의 『예문지』 등의 문헌에서 처음 등장합니다. 이들 기록을 보면, 소설이라는 말은 본래 대도(大道)와 거리가 먼 꾸민 말로서, 명예를 구하는 속된 말 나부랭이 또는 패(稗), 즉 세미(細米)와 같은 가담항어(街談巷語)의 뜻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즉, 소설은 시시한 수다나 잡담에 가까운 저속한 이야기였던 것이죠.
한국에서도 '소설'이라는 용어는 이규보의 『백운소설』에서 처음 등장하는데, 흔히 '패관문학', '패설', '패사', '밤승' 등으로 불렸습니다. 일화, 수필 등은 다양하고 보잘 것 없는 민담집으로 여겼고, 유학자들은 그 존재를 긍정적이라기보다 부정적으로 보았습니다. 그러나 계몽기에는 양계초의 『소설과 사회통치의 관계』에서 볼 수 있듯이 근대소설이론의 수용과 함께 소설에 대한 인식에 눈에 띄는 변화가 생기게 됩니다.
소설은 처음에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외물편』과 『예문지』에서 발견되는 설명은 소설 장르의 선구자로서의 의미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소설에는 픽션의 개념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꾸미다, 만들다라는 말은 조작의 가능성을 내포하며 유사사적 담론의 느낌을 전달하죠. 소설가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패관'이라는 용어는 엄밀한 사실에 입각하여 역사를 기록하는 태사공과 같은 역사가들에 비해 허구적 인물의 창작자라는 점에서 구별됩니다. 따라서 소설은 무용담이 아니라 문학 창작의 독특한 형식으로 여겨졌습니다.
요약하면, 소설(小說)은 특히 동양에서는 거리에서 비롯된 일반적이고 사소한 형태의 스토리텔링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계몽주의 사상의 도래와 소설의 고유한 면모 인식으로 소설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하여 그 의미를 인정하고 현대 소설 이론의 길을 닦았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모두가 사랑하는 문학 장르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이상한 한자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주(四柱) - 사람의 인생을 결정하는 네 개의 기둥 (2) | 2023.05.31 |
---|---|
조개(貝) 껍질 묶어~ 쇼핑 가자 - 재화(財貨) 이야기 (0) | 2023.05.29 |
디지털 시대의 새옹지마(塞翁之馬) (0) | 2023.05.27 |
마법천자문과 천자문은 잇지 달라달라달라 (10) | 2023.05.26 |
우주(宇宙)를 줄께 - 우주 속에 담긴 집 (0) | 2023.05.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