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한국어로 사용하는 많은 음식명과 재료가 한자어에 뿌리를 두고 있거나
한자를 변형한 단어가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이는 한국이 한자를 오랫동안 사용한데다
중국과의 문화 교류의 역사가 오래됐기 때문이죠.
과연 어떤 단어들이 한자, 또는 한자에서 변형되어 사용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 가지(茄子) : 채소인 ‘가지’는 한자어 가자(茄子)’의 고음(古音)에서 온 말입니다.
‘子’의 고음은 ‘자’가 아니라 ‘지’였다고 합니다.
2. 배추(白菜) : 배추는 한자어 백채(白寀)에서 변음되어 ‘배채→바차→배추’로 쓰이고 있습니다.
3. 상추(生菜) : 과거 국어사전에는 ‘상치’가 표준어로,
새국어 사전에는 한자어 상채(常菜)에서 변음된 것으로 되어 있으나,
한자어 생채(生菜)로서, 날로 먹는 채소라는 뜻에서 온 말입니다.
4. 시금치(赤根菜) : 채소 ‘시금치’는 한자어 적근채(赤根菜)의 근세 중국음이 변음된 말입니다.
‘菜(채)’는 우리말에서는 ‘김치, 상치, 배치’ 등과 같이 거의 ‘치’로 변음되어 쓰이고 있습니다.
5. 고구마(古貴爲麻) : 고구마는 일본을 통해 전래되었는데 고귀위마(古貴爲麻)라고 불리던 것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고구마라는 이름으로 변형되었습니다.
6. 낙지(絡蹄) : 낙지는 8개의 발이 얽혀 있다는 뜻에서
'얽을 락(絡)'과 '발 제(蹄)'자의 '낙제'인데 '낙지'로 변음되었습니다.
(그런데 너는 과일도 채소도 아니구나? 왜 여기에??)
7. 겨자(芥子) : 개자(芥子)가 변음되어 '겨자'로 쓰이고 있습니다.
8. 대추(大棗) : '棗'는 '대추 조'자인데, '대조'라는 음이 '대추'로 변음되었습니다.
9. 강냉이(江南) : 강남은 양자강의 남쪽이라는 뜻이지만 중국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중국에서 흘러 들어온 콩을 '강남콩 > 강낭콩'으로 일컫듯이
'江南 + 이'의 말이 '강냉이'로 변하여 '옥수수'란 뜻으로 쓰였습니다.
10. 감자(甘藷) : 감저(甘藷)는 달 甘(감)자와 고구마 저(藷 : 떠는 사탕수수)자가
합쳐진 말로 '감자'로 변음된 것입니다.
11. 숭늉(熟冷) : 찬물을 익힌 것이라는 뜻에서 熟(익힐 숙)과 冷(찰 랭)의
한자어인 '숙랭'이 '숭늉'으로 변음된 말입니다.
12. 포도(葡萄) : 어원은 이란어 'Budaw' 혹은 페르시아어 'Budawa' 이며,
이를 한자로 음역한 것입니다.
우리나라 포도는 중국을 통해 삼국시대 무렵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지만
널리 재배된 것은 조선시대부터로 추측됩니다.
13. 귤(橘) : 귤나무 橘자로서 역시나 한자어입니다.
감귤은 柑橘, 밀감은 蜜柑으로 역시 모두 한자이죠.
감귤과 밀감의 감은 감자나무 柑입니다.
이쯤되니, 순우리말로만 글을 쓰거나 말을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전반적으로 음식에 대한 한자와 문화의 영향은 많은 음식과 재료의 이름에서 분명합니다.
순우리말만을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겠지만, 우리말에 한자와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언어의 풍부함과 복합성을 더한다는 점에서 뗄려야 뗄 수 없는 부분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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