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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한자 이야기

미망인(未亡人) - 죽어야 사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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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망인(未亡人)은 흔히들 사별한 남편을 둔 부인을 뜻하는 말로 종종 쓰입니다. 하지만 이 한자를 자세히 풀어보면 안타까운 옛 역사를 엿볼 수 있습니다. 미망인은 아닐 미, 죽을 망, 사람 인 을 씁니다. 간단한 단어죠. 풀면 '아직 죽지 않은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홀로 남은 과부에게 '아직 죽지 않은 여인' 이라 부른 것입니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요?

 

 미망인이라는 단어는 고대 중국 역사, 특히 춘추전국시대의 이야기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미망인이라는 말은 나라 장공(莊公) 28년(기원전 666년)과 조(條) 성왕 9년(기원전 582년)의 기록에 처음 등장합니다.

 초나라 문왕의 왕비 문부인은 아름답기로 유명하였습니다. 하지만 문왕과는 일찍이 사별하여 문부인은 홀로 남겨집니다. 초나라 재상인 자원은 문왕의 동생임에도 형수인 그녀를 탐하여 유혹하고자 하였습니다. 이에 자원은 문부인이 사는 궁 옆에 집을 짓고, 방울을 흔들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습니다. 문부인은 자원이 자신의 집 옆에 집을 지었다는 말을 듣고 그가 자신을 공격하려 할까 봐 울면서 말했다고 합니다.

 "선왕은 이 춤으로 전쟁을 연습하였는데, 지금 자원은 이걸로 원수를 칠 생각은 않고 미망인 곁에서 춤을 추고 있으니, 이상하지 않은가.”

 

 당시의 맥락에서 '미망인'은 남편이 죽었을 때 따라 죽었어야 했는데 아직 죽지 않은 여자인 스스로를 낮추어 말하였던 것으로, 왕비나 대귀족의 부인들이 사용하는 용어였던 걸로 추측됩니다. 

 첫 출전은 이러하였으나, 유교가 널리 전파되면서 약간 본질이 어긋나게 됩니다. 후대에 이르러 미망인은 열녀(烈女)의 개념에 이어지게 되는데, 열녀는 남편을 위하여 정성을 기울여 살아가는 아내를 일컫는 말입니다. 남편을 위해 열의를 다하다 남편이 죽으면 어떻게 될까요? 조선시대에서는 남편을 따라 죽어야 한다는 무시무시한 사회적 통념이 자리잡아 갔습니다. 남편이 죽은 후에 수절하거나 위난 시 죽음으로 정절을 지킨 여성이 되면 마을에는 열녀비(烈女碑)를 세울 명분을 얻게되죠. 하지만 죽지않으면? 미망인이 되어 마을 사람들의 눈치밥을 먹었던 것입니다. 조선 시대에 여인으로서의 삶은 참으로 비참하였습니다.

 

 현대 우리말에서는 속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지 않고 부정적인 의미 없이 쓰이지만, 일각에서는 차별과 편견을 조장하는 단어로 여겨, 최근 대체 단어를 제시하는 움직임이 많습니다. 그래서 미망인 이라는 단어 대신 유부인, 고 아무개 부인 등으로 부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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