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있는 수많은 지명들,
그 이름에 담긴 뜻을 한자로 풀어보는 시간입니다.
우리가 사는 동네가 과거엔 무엇이었을까요?
이번에는 고급진 동네를 거닐어 볼까 합니다.
역시나 클라스가 달라 - 이태원(梨泰院)
이태원(梨泰院)의 원(院)은 역원이라는 뜻입니다.
조선시대 말을 빌리거나, 사신들이 묵을 수 있는 숙소를 겸하는 곳이었죠.
(참고로 조치원, 인덕원, 장호원 등도 모두 역원 원(院)을 쓰는 지명입니다.)
배나무 이(梨), 클 태(泰)를 쓰고 있어 배나무가 무척 많던 곳임을 알 수 있습니다.
헌데, 한자가 다른 이태원(李泰院), 이태원(異胎院) 등의 이름도 가지고 있어,
이태원이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이 있는 편입니다.
또 다른 설로 '이타인(異他人)'이라고 하여,
다른 지역 사람들(특히 일본인)이 머물던 곳이라는 이름이 변형된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현재의 명칭은 배나무밭 설을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여긴 물이 좋습니다 - 청담(淸潭)
청담(淸潭)은 맑은 못이라는 뜻입니다.
예전에 맑은 못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지명이죠.
물론 지금도 (건)물이 좋습니다.
다만 너무 고가의 물이라 일반인들은 접근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
논 고개가 있던 곳 - 논현(論峴)
논현(論峴)은 논할, 이야기 논, 고개 현을 쓰고 있습니다만,
논은 한자의 음만 빌려온 것이며 논밭의 논을 의미합니다.
논현로에서 언주역과 학동역 사이에 있는 고개가 바로 논고개인데,
과거에 이 고개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논밭이 있었다고 합니다.
호랭이가 사는 곳 - 신사동(新沙洞)
신사동(新沙洞)은 한강변에 있었던
새말(새로운 마을 - 新村(신촌))의 '신'자와 사평(沙平)의 '사'자가 합쳐진 것에서 유래되었습니다.
뜻을 풀면 새로운 모래밭 동네 입니다.
오래전부터 한강 유역, 특히 사평 지역에는 모래가 펼쳐져 있었고
이 지역에는 한강을 건너기 위한 나룻터와 주막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참고로 서울에는 은평구의 신사동(新寺洞), 관악구의 신사동(新士洞) 이라는,
같은 이름이지만 한자가 다른 동네가 또 있습니다.
그 삼성이 아닙니다 - 삼성동(三成洞)
삼성동(三成洞)은 세 가지를 합했다 라는 의미로써,
국내 기업의 삼성(三星)과는 뜻하는바가 다릅니다.
예전 지명인 봉은사마을, 무동도마을, 닥점마을 세 곳을 통합했다하여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지금은 그 일대의 가치가 가히 삼성그룹에 견줄만 한 지역이죠.
세 마을을 통합해서 지은 이 지명은 의외로 일제의 잔재이기도 합니다.
마을의 고유 특성과 의미를 전혀 담지 않고,
얼렁뚱땅 지어버린 이름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참고로 역삼동(驛三洞) 또한 조선시대 역촌이었던
말죽거리, 윗방아다리, 아랫방아다리 세 마을을 합쳐 '역삼리'라 부른 것에서 유래하며
지명 선정 방식은 삼성동과 일치합니다.
진짜 날나리를 보려면 - 압구정(狎鷗亭)
압구정(狎鷗亭)은 익숙할 압, 갈매기 구, 정자 정을 씁니다.
갈매기를 흔히 볼 수 있는 정자라는 뜻으로
예전에는 한강 남쪽에서 갈매기 떼가 노니는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압구(狎鷗)라는 이름은 조선 초 한명회의 호 이기도 했고,
실제 정자는 그의 이름을 따서 붙인 것입니다.
하지만 그 정자는 한명회가 왕명을 거역한 죄를 물어 철거되었습니다.
지금은 갈매기가 아니라 현대아파트를 비롯, 부자들의 삶을 볼 수 있을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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