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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유희

밖으로 나온 아이, 밖으로 나오지 못한 신 - Unorthod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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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기에 앞서...

아래 내용은 소설 『Unorthodox - 밖으로 나온 아이』(데버라 펠드먼 作) 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내용이며,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의도나 내용과는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 데이비즈 핸드

 

글쎄? 당신이 말하는 그 신은 어떤 신일까?

 

신들은 이따금 주사위 놀이를 한다.

지구, 하늘 아래에서의 삶을 유희하게되는 날.

세 신은 어떤 삶을 택할 지 주사위를 굴리고 있었다.

 

"인간은 이제 시시해. 바퀴벌레가 어떨까?"

"맞아. 지난 번, 부자 인간으로 살아봤더니 너무 심심했어. 다 가진 삶이라니 너무 형편없이 지루했지."

"이번 주사위는 제대로 걸렸으면 좋겠는걸."

 

주사위는 굴려졌고, 신들은 각자의 결과를 확인하지 않고 보드게임의 말들처럼,

운명의 굴레속으로 빨려들어갔다.


내 이름은 데버라.

나는 뉴욕의 월리엄스버그 지역에서 태어났다.

이 곳은 유대교의 하시딕, 그 중에서 사트마 종파(유럽 - 헝가리계)가 무리를 이룬 마을이다.

내가 태어난 뒤 얼마지나지 않아, 엄마라는 사람은 내 곁을 떠났다.

아빠라는 사람은 정신 이상자였기에 가족 및 친척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부량자가 되었다.

 

나는 할아버지를 비롯한 가족들이 아빠의 치료를 돕지 않는 것에 의아해 했다.

엄마 또한 정신 이상으로 나를 떠난 것이라 친척들은 말했지만,

나는 그런 아빠에게 지쳐 떠난 것이라 생각들었다.

나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손에서 자라게 되었다.


유대교 하시딕 사트마 종파. 이들은 그 '율법'이라는 것에 매우 집착하고 있었다.

유월절이니 칠칠절이니... 오래전부터 지켜온 행사들이 무척이나 많았고,

정해진 음식이 아니면 먹지 못했으며,(코셔 라고 부른다)

특정한 날이 되면 물건을 들고다닐 수 조차 없는 등

우스꽝스러운 '예의'를 지킨다

 

특히 여자에 대한 규율이 엄격했다.

결혼한 여자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남들에게 보여줄 수 없었는데,

때문에 머리는 삭발을 하고 그에 터번까지 둘러야 했다.

(그런데 가발은 허용되었다. 무슨 논리냐 대체)

 

책을 읽는 것 또한 엄격히 제한받았으며,

영어로 된 책들은 모두 금서에 속했다.

우리 하시딕 유대교인들은 이디시어*를 썼다.

 

* 독일어를 바탕으로 한 방언에 히브리어 등, 여러 계열의 요소들이 결합된 언어


할아버지는 토라(경전)을 중시하는 독실한 유대교 학자였다.

그는 오직 이디시어 만이 순수하며, 영어는 저속한 언어라고 가르쳤다.

(솔직히 어디가 순수한 점인지 모르겠다.)

할아버지는 분명 좋은 분이시지만, 삶에 숨이 막히는 순간들이 잦았다.

나는 도서관을 몰래 다니고, 빌려온 책도 할아버지가 없는 순간에만 몰래 읽었다.

 

숨막히는 나날 속에서 점차 이 '규율'이 말하는 것에 대한 의문들이 가득 생겼다.

이들은 같은 신을 섬기는 유대교 중에서도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신은 하나인데, 그 신의 가르침을 저마다 해석하는 통에 여러 종파로 나뉘어져 있다.

다른 종파를 인정하지 않았다.

때문에 시온주의 유대인들이 이스라엘 국가를 세운 것에도 반대했다.

이들은 신의 메시아가 오기 전까지는 약속의 땅에 들어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스라엘 방문은 사트마 종파에서는 금기시되는 일이었다.

종종 이들은 신보다 '렙베(사트마 종파의 수장)'를 더욱 우상시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곳에서의 삶에 점차 익숙해졌고,

소소한 일탈을 일삼으며(책읽기, 영어공부) 세상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 곳 여자들은 고등학교 이후의 교육을 받을 수 없었다.

나는 무척 아쉬웠지만 졸업 후 영어 교사가 되었고,

유년기의 갇힌 생활보다는 좀 더 자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그때 내 인간 나이는 17세가 되었다.


조부모 및 친척들은 이제 내가 결혼할 나이가 되었기에 중매를 서둘렀다.

그리고 나는 첫 중매 대상과 결혼을 했다.

맞선 자리에서 30분여를 본 사람과 말이다.

그의 이름은 '일라이'

 

나는 일라이와의 결혼을 통해,

이 지긋지긋한 삶에서 좀더 벗어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대단한 착각에 지나지 않았다.

월리엄스버그에서 좀 더 떨어진 곳에서, 가족, 친척들과 멀어지면

이 답답한 터번같은 삶에 숨쉴 공간이 생기리라 생각들었지만,

결혼 생활은 다른 방식으로 나를 칭칭감았다.

바로 유대교 남자의 아내로써의 삶이었다.


한달 중 월경을 하는 동안을 비롯하여 약 15일 간은 불경의 이유로 남편과 거리를 두어야 했다.

그 기간 내내 미크바(정결을 확인하기 위해 방문해야 하는 장소)에 들러 하혈을 확인해야 했다.

월경을 하는 것 자체가 더렵혀진 몸이라는 뜻이었다.

(이들은 생명 탄생의 원리를 이해 못하고 있다.)

 

그리고 남편과의 성관계도 원활하지 못했다.

1년여동안 우리는 관계에 실패했다.

(병신)

 

18세가 되던 해에 드디어 관계에 성공하였으나,

임신은 또다른 지옥행 열차였다.

임신 중에도 섹스를 요구하는 일라이가 너무 부담스러웠고,

산통이 오는데. 시누이의 결혼식을 망치지 않기 위해 긴 시간을 병원엘 가지 못하고 참아야 했다.

(그 때 일라이의 목을 졸라 죽여버리고 싶었다.)

 


어떤 이의 아들이 자위를 했다는 이유로 아들의 목을 베어버린 사건이 벌어졌다.

또, 누군가의 아들이 예시바(학교)에서 퇴학당하는 사건이 있었는데,

정작 원인은 아동성애자인 선생님이 성추행을 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 사건들은 신의 심판도, 법의 신판도 받지 못했다.

 

사실 신들은 인간들의 구구절절한 삶에 관심이 없다.

하지만, 이 곳 인간은 구구절절 이유를 찾는데, 전혀 이성적이지 않았다.

유대인들에 대한 억압, 홀로코스트를 엉뚱한 데에 화풀이를 하곤 했다.

오죽하면, 율법에 어긋난 인모 가발을 판매하는 사건이 있었는데,

그 때 유대교 공동체 남자들은 아내들의 가발들을 모조리 불태우며,

이러한 불경한 일들로 다시 대학살이 벌어질 것이라 떠들었다.

 

나는 점점 이런 세상에 내 아이가 자라는 것에 대한 공포가 자리잡았다.

신들의 생각은 전혀 걱정거리가 되지 않는다.

나를, 우리를 위협하는 건 바로 그 신을 떠받드는 '인간'이다.

 

'이대로는 살 수 없다. 나도, 내 아이도...'


나는 하시딕 유대인 공동체를 벗어나기 위해, 운전을 배웠다.

대학도 몰래 진학했다. 남편은 그냥 직업 교육 같은 것을 받는 줄 알았다.

내가 겪었던 이 부당한 삶을 익명으로 블로그에 올렸다. 반응이 뜨거웠다.

 

일라이와는, 처음에는 함께 이 공동체의 억압으로부터 탈출하는 동반자가 되어 줄 줄 알았으나,

그도 여타 유대교 남자들과 다르지 않았다.

그와의 결혼 생활은 티격거리기 시작했고 미래도 보이지 않았다.

부부 싸움 와중에도 밤이 되면 섹스를 요구했다. 이새끼가...


대학을 다니며 친해진 친구, 폴리는 초콜릿 공장을 운영하는 세련된 여성이었다.

나는 그녀와 함께 유대교에서 금하는 음식들을 마음껏 먹었다.

먹으면 토한다더니, 잘도 들어갔다.

폴리에게 블로그의 글들을 보여주었고, 그녀는 출판 제의를 했다.

그녀의 도움으로 출판 관계자를 만날 수 있었다.

나의 구세주. 신은 폴리, 그녀였다.


출산일 전에 카발리스트(유대교 신비주의자 이자 예언자)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는 나에게 숫자 9를 조심하라고 일렀다.

하지만, 그 땐 다른 이야기에 신경 쓰느라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리고 2009년 9월 9일 새벽

직접 운전해 집으로 돌아오던 차가 전복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모든 일이 나의 계획대로 잘되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나는 죽는 것인가 하는 생각들이 찰나를 스쳤다.

 

하지만 난 죽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나로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가 되었다.

사고는 타이어 교체를 제때하지 못하게 한 일라이에게 책임이 있었고,

이 일을 계기로 난 일라이와 결별을 결심했다.


하시딕 유대교 공동체를 나오는 일은 쉽지 않았다.

나와서의 경제적 생활은 물론이거니와, 내 아들의 양육권 마저도 보장할 수 없었다.

히지만 나는 그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 자유에 대한 갈망이 더 컸다.

그리고 모두가 불가능 할 것이라 말했던 모든 것을 이루었다.

 

후에 만난 엄마, 그녀는 레즈비언이었음을 알게되었다.

나의 유대교 사회에 대한 폭로로 세상이 시끌벅적였고,

많은 사람들의 비난 속에서도 나와 같은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투쟁은 현재진행형이지만, 유대교 공동체 사람들은 큰 동요없이 이전과 같은 삶을 추구할 것이다.

 

인간이 말하는 종교라는 것은 그 것의 시작과는 이미 오래전에 안녕을 고한 듯 하다.

인간은 더 이상 신을 믿지 않는다.

그냥 그걸 설파하는 사람의 혓바닥을 빨아댈 뿐이다.

그리고 믿음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죄를 짓고있는지 인식하지 못한다.

 

나는 벗어났으나 여전히 유대인이고,

그들이 말하는 신은 여전히 그 안에 있다.

 


* Unorthodox : 정통적이 아닌, 특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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