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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유희

지구 리셋 프로토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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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정수가 춤추는 빛나는 장마의 잔물결과 잊혀진 메아리들 사이, '수잔'이라는 이름의 정령이 살았습니다. 그녀는 부드러운 영혼으로 물의 밀도에 뒤섞인 존재였습니다. 하늘에서 비가 끊임없이 쏟아지는 가운데, 스스로 투명한 모습이 침묵의 물방울 아래에서 빛나며 떨렸습니다.

 

"아... 안돼..."

 

잎사귀와 지붕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의 굉음이 그녀 안의 기억을 되살렸습니다. 수천 년 전, 물의 신의 눈물이 하늘에서 끊임없이 쏟아져 세계가 압도적인 홍수에 휩싸였던 기억.

수천 년 전, 물의 신의 눈물이 하늘에서 떨어지며 세계에는 두어달이 넘도록 비가 내렸습니다. 한때 활기차고 번성한 세계가 슬픔의 물에 뒤덮여버렸습니다. 물의 신이 하늘에 떨어뜨린 눈물은 어처구니없이 작은 이유로 비롯되었지만, 그 뒤로는 파괴의 급류를 풀어놓은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비가 계속 내리는 한편, 수잔은 불현듯 예언의 징조가 나타났음을 느꼈습니다. 물의 신의 눈물이 슬픔에 젖은 미소를 지으며 떨어지기 시작했고, 수잔은 임박한 재앙을 느꼈습니다. 그녀는 어두워지는 하늘을 바라보고 물의 신의 무거운 감정을 각 물방울에 느꼈습니다. 역사가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결심한 그녀는 물의 신의 슬픔을 누그러뜨리는 방법을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났습니다.

고대의 속삭임과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의 안내받아, 수잔은 물의 신의 힘을 진정시킬 수 있는 신비로운 약을 찾기 위해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달빛이 비치는 밤과 숨겨진 만남들을 통해, 그녀는 잊혀진 지식의 조각과 옛날의 전설을 모아갔습니다. 그녀는 영역의 깊은 곳으로 들어갔으며, 심해의 생명체들과 옛 시대의 명상가들과 대화하며 시간보다 오래된 비밀을 발견했습니다.

탐험 끝에 수잔은 신비로운 명약을 얻게되었고, 곧장 물의 신의 거처인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높은 폭포가 그녀 주변에 휘감기며, 그녀는 그의 영역에 다가갔습니다. 그녀의 심장은 기대와 긴장으로 뛰었습니다. 그의 형상은 물결과 같이 끊임없이 변하고 있었습니다.

"위대한 물의 신이시어."

 

수잔은 속삭이는 바람처럼 말했습니다.

 

"당신의 눈물은 다시 한 번 홍수를 불러올 위험이 있습니다. 나는 당신의 슬픔을 진정시키는 약을 찾아 왔습니다. 이 세상을 당신의 슬픔으로부터 구하기 위해요."

물의 신은 심연처럼 깊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고, 그의 목소리는 먼 파도의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습니다.

 

"작은 영혼이여, 내가 흘리는 눈물은 오랜 아픔의 결과로, 시간조차 지울 수 없는 무게이다. 네가 가져온 약은 더 큰 진리의 일부일 뿐이며 내 눈물을 되돌릴 순 없다."

수잔은 그제서야 다시 지구를 내려다보았습니다. 한때 활기찬 생명이 풍부한 세계는 이미 물에 잠긴 모습으로 변해있었습니다. 수잔은 자신이 이미 늦었다는 사실을 깨달고는 물의 신 곁을 물러나 지구로 돌아갔습니다.

 

 

비는 결국 그치고 물이 줄어들면서, 지구는 홍수로 인한 상처를 가지고 제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맑게 개인 하늘에는 더 이상 검은 연기를 볼 수 없었습니다. 식물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잎을 피우고, 줄기를 뻗어 대지를 물들였습니다. 하늘은 파랄 뿐이었고, 땅은 녹색 뿐인... 태초의 모습이었습니다. 

 

수잔은 하늘과 땅을 번갈아 바라보았습니다.

 

"모든 생명을 위한, 다시금 시작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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