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상한 한자 이야기

땀을 흘리지 않는 사람들 - 불한당(不汗黨), 깡패, 건달(乾達), 그리고 백수(白手)

반응형

 

여름입니다.

습하기도 하면서 기온이 높은 우리 나라는 땡볕에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송글송글 맺힐 정도죠.

하늘이 파랗고 드높은 건 좋지만 제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본 바로는

여름이 압도적으로 싫은 계절 1순위로 뽑혔습니다.

땀나도록 덥고 끈적이는 느낌이 싫다네요 ㅎㅎ 저는 여름이 좋은데...


불한당(不汗黨)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포악하고 나쁜 짓을 일삼는 사람을 뜻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한자가 조금 재밌습니다.

아닐 불, 땀 한, 무리 당 을 써서 '땀을 흘리지 않는 무리' 라고 직역됩니다. 

 

불한당(不汗黨)에 대해서는 정확한 어원적 설명이 없습니다.

옛날부터 상용적으로 쓰였던 표현이며, 지금과는 조금 다른 뜻이기도 하였습니다.

예전에는 '무리를 지어 돌아다니며, 강도짓을 일삼는 사람들' 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죠.

여기에는 두 가지 풀이가 추측됩니다.

  1. 아무리 나쁜 짓을 해도 눈물은 커녕 땀 한방울도 안흘리는 족속들
  2. 노동을 하지 않아 땀을 흘리지 않고 돈을 버는 사람들

대개는 두 번째 설명을 많이 차용하고 있습니다.

가만히만 있어도 땀이 나는 이 여름에, 땀을 흘리지 않고 돈을 벌어들이다니,

하여튼 나쁜 놈들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불한당(不汗黨) 하면 생각나는 무리들이 있습니다.

바로 조직폭력배 입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여러가지 명칭들이 그들에게 붙었는데,

그냥 줄임말인 '조폭'이 가장 많이 쓰였고, 다음이 깡패일 것 같습니다.

 

깡패는 특이하게도 영어와 한자의 조합입니다.

대략 1930년대 즘에 신문을 통해 처음 등장한 단어로,

'깡'을 '습격단'으로 설명하는 내용들이 있습니다.

은 영어 Gang 에서 온 말로, 불법적인 폭력을 저지르는 무리인

갱스터(gangster)를 지칭하고 있죠.

이 'Gang(갱)'에 무리 패(牌)가 더해진 단어가 갱패 -> 깡패 인 것입니다.


 

또 조폭하면 생각나는 표현이 있습니다.

요즘은 많이 안쓰는 말이지면, 예전에는 조폭뿐만 아니라,

그냥 놀고 먹는 사람들을 통칭하여 '건달(乾達)' 이라고 흔히들 불렀죠.

 

건달(乾達)하늘 건, 닿을 달 을 쓰고 있습니다.

'하늘에 닿는 존재' 라는 아주 거창한 표현이 조폭이나 백수를 부를 때 쓰였다니, 조금 놀랍습니다.

그런데 사실 건달(乾達)의 어원은 힌두교와 불교에서 말하는 상징적 존재인 간다르바에서 온 것입니다.

간다르바는 인도 신화에 따르면 음악과 춤과 관련된 신입니다.

즉, 천상에서 엔터테인먼트를 관장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간다르바는 한자로 건달(乾達)로 음차되었고,

이는 우리 나라로 건너와 '놀고 먹는다'의 뜻으로만 변질되어

불한당(不汗黨) 같은 족속들을 부르는 표현이 되었습니다. 


놀고 먹는 사람을 표현하는데, 이 단어가 빠질 수 없죠.

바로 백수(白手) 입니다.

희다 백, 손 수 를 사용하여 '손이 흰 사람'을 뜻합니다.

이는 두 가지로 풀이됩니다.

 

  1. 일을 안해서 햇볕에 노출되지 않아 손이 흰 사람
  2. 白(백)을 공백의 의미로 해석하여, 손에 가진 것이 없는 사람

 

불로소득(不勞所得)은 일하지 않고 돈을 버는 행위로,

과거부터 좋지 않은 의미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위에서 나열한 사람들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아! 백수는 돈은 못벌겠군요)

'일하지 않는자 먹지도 말라' 라고 하였듯, 노동은 매우 귀한 가치를 가진 것이었죠. 

 

하지만 요즘은 노동의 가치가 변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과 정보화 시대는 개인이 전통적인 노동 형태 없이도

돈을 벌 수 있게 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가져왔습니다.

 

인터넷은 온라인 비즈니스, 주식이나 코인과 같은 투자,

더 나아가 건물주가 되어 월세만 챙기는 등의 다양한 소득 흐름을 낳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적극적으로 일하지 않고 돈을 버는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바람직한 목표가 되고 있습니다.

 

그래도 불한당(不汗黨), 깡패, 건달(乾達)은 지양해야 합니다.

물론 백수(白手)도 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