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판(亂場-) 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질서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시끌벅적한 상태를 이르는 말입니다.
한자도 어려울 난, 장소 장을 써서 어지러운 장소의 의미로
직관적인 뜻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단어의 어원은 의외로 엄숙을 지켜야 하는
조선시대의 과거시험장에서 온 것입니다.
지금 치루어지는 모든 시험들은 매우 엄숙한 공간에서 치루어지죠.
싸늘한 그 공간에서 기침이라도 하면 소리는 크게 울릴 것이고
모든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킴과 동시에 따가운 눈초리도 덤으로 얻습니다.
하지만 조선시대, 과거 시험장은 사뭇 달랐습니다.
옛날 과거 시험은 지금의 수능과 같이,
열심히 공부하여 신분상승을 꿈꾸는 모든이들의 꿈의 대전이었죠.
게다가 시험을 치는 곳은 단 한 곳!
전국에서 이 시험을 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 매우 많았습니다.
때문에 과거시험장은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시험장에 들어가려다 깔려 죽은 이들도 속출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주먹패를 동원하는 일도 있었다고 해요.
일단 시험이 시작되면 또 어땠을까요?
엄숙과 질서는 개나줘버리고 시험지 바꿔치기, 답 대신 써주기 등등
그야말로 난장판(亂場-)이었던 것이죠.
특히나, 자리차지를 위해 싸움이 자주 발생하였는데,
여기서 좋은 자리란 시험 문제가 잘 보이는 자리였습니다.
난장(亂場)이란 원래 5일장을 하던 옛날에,
날짜와 상관없이 임시로 개설되던 시장(市場)이었습니다.
난장(亂場)은 아무때나 열리는 특성 탓에
온갖 놀이패와, 보부상, 투전꾼 등이 질서없이 모여들었고
이들이 모인 곳은 항상 시끌벅적하여 사건 사고도 자주 발생하였죠.
난장(亂場)이 국가 공인 시험을 치르는 곳에서도 흔하게 일어났으니,
이를 지켜보는 임금이나, 관리인들은 이 말을 내뱉을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허허 이거 완전 난장판(亂場-)이구만..."
개판(改版)이라고 하여, 난장판과 비슷한 표현이 있습니다.
여기서 쓰는 개판의 개는 멍멍이가 아니라,
'판을 새로 고침'을 의미합니다.
이는 과거 씨름 경기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합니다.
상황은 이러했습니다.
선수 두 명이 동시에 넘어진 상황에서 이를 두고
각 선수와 진형에서 옥신각신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요즘 같으면 영상을 돌려보면 되겠지만, 옛날엔 당연히 그런게 없었죠.
때문에 심판은 이를 중재하기 위해,
시합을 재개하는 의미로 판을 새로 시작~ 한 것이죠
그 것이 바로 개판(改版)입니다.
그런데 개판(改版)전에는 아무래도 소동이 많았던 탓에,
상황이 혼란스럽고 어지러움을 개판(改版)이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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