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기(西遊記)는 참으로 매혹적인 이야기 입니다.
불가에 대한 강한 신념으로 무리를 이끄는 삼장법사,
여의봉을 휘두르며 근두운을 타고 분신술을 부리는 손오공,
한 때 은하수를 지키는 천봉원수를 지냈던 저팔계,
모래 괴물 사오정, 그리고 용왕의 아들이었던 백룡마.
이들 다섯이 불경을 얻기 위해 천축국으로 향하는 대모험의 서사시.
요즘 이야기로 보면, 반지원정대에 못지 않는 등장인물과
모험 속에서 펼쳐지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죠.
서유기는 상당히 많은 후속 이야기들의 모티브가 되고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드래곤볼',
명작 만화영화로 모두가 알고 있는 '날아라 슈퍼보드',
그리고 '갓오브하이스쿨', '최유기' 등의 만화(웹툰)나
게임의 캐릭터로 자주 등장하곤 합니다.
그런데, 이미 고유명사인 그들의 이름에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이번 챕터에서 그 비밀을 한번 풀어보겠습니다.
현장(玄奘) / 삼장(三藏) 법사
현장(玄奘), 또는 삼장(三藏)법사는 의외로 실존 인물입니다.
그는 당나라 초(602년 ~ 664년)의 승려이자 번역가였습니다.
현장은 한문으로만 적힌 불교 경전에 한계를 느끼고,
직접 서축(지금의 인도)으로 가서 산스크리트어로 이루어진 원전을 가지고 돌아옵니다.
그는 이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대당서역기 로 남겼고 이는 서유기의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그의 이름 현장(玄奘)은 법명, 또 다른 이름인 삼장(三藏)은
경장(經藏) · 율장(律藏) · 논장(論藏)에 능해서 생긴 별칭입니다.
경장(經藏) · 율장(律藏) · 논장(論藏)은 불교 법문의 종류들입니다.
손오공(孫悟空)
손오공은 이전에 제천대성(齊天大聖 : 하늘과 같이 높은 성자, 하늘나라 옥황상제와 동등한 위대한 신선),
미후왕(美猴王 : 아름다운 원숭이 왕) 등으로 불리었습니다.
후에 현장을 만나 '공덕을 깨달음'을 뜻하는 오공(悟空)이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그는 근두운(筋斗雲)이라는 움직이는 구름을 타고,
모양이 뜻대로 변하는 몽둥이 여의봉(如意棒)을 휘두릅니다.
저팔계(猪八戒)
그의 이름 첫 단어에 그가 돼지(돼지 저(猪))임을 표현하고 있듯 그는 돼지형 인간입니다.
그는 천계의 은하수를 다스리는 천봉원수였으나,
죄를 짓고 돼지로 환생하였습니다.
돼지가 된 후에도 사람을 잡아먹으며 죄를 쌓고 있었는데,
현장을 만나 회계하며, 팔계(八戒)라는 이름을 부여받습니다.
팔계(八戒)는 불가에서 금하는 5가지 음식과, 도가에서 금하는 3가지 음식을 끊고
채식을 하라는 의미에서 붙은 이름입니다.
(그런데 팔계(八戒)에는 사람은 미포함... ㄷㄷㄷㄷ)
그의 또다른 이름인 저오능(猪悟能)은 오공과 비슷하게
능력에 대한 깨달음의 의미를 담습니다.
* 참고로 '저돌적이다' 라는 표현에서의 猪突에도 돼지 저를 써,
돼지가 돌격하듯 하는 모양새를 뜻하는 단어입니다.
사오정(沙悟淨)
사승, 또는 사화상이라는 다른 이름을 가진 그는 저팔계와 비슷하게
천계의 장수였으나, 죄를 짓고 유사하 라는 강 기슭에 서식하게 됩니다.
그 역시 지나가는 사람을 잡아먹던 요괴였습니다.
현장 무리를 만나 오정(悟淨)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는데,
깨끗함에 대한 깨달음을 의미합니다.
오공을 비롯한 세 의형제는 모두 깨달을 오(悟)를 써,
지난 과거의 죗값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 존재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백룡마(白龍馬)
현장이 타고 다니는 백룡마는 원래 서해 용왕의 아들인 옥룡삼태자(玉龍三太子)였습니다.
그는 사당에 불을 지른 죄로 불경을 구하러 가는 현장을 도우라는 명을 받습니다.
그래서 강가에 숨어있다가 배고픔에 그만 현장이 탔던 진짜 말을 잡아먹어버립니다.
곧 현장이 그가 기다리던 귀인임을 알게되고, 스스로 말이 되어 현장을 돕습니다.
백룡마(白龍馬)는 그냥 하얀 용마라는 직역을 따르며, 세부적인 사연은 없습니다.
그 외
- 우마왕(牛魔王) : 소의 형상을 한 마왕입니다.
- 나타(哪吒) : 봉신연의에도 등장하는 이 인물은 불교의 호법신 중 하나로, 손오공과 싸우다 패배한 이력이 있습니다.
- 나찰녀(羅刹女) : 불교에서 나찰(羅刹)은 사람을 잡아먹는 요괴입니다. 그녀는 우마왕의 부인으로 철선공주(鐵扇公主)라는 다른 이름을 갖고있는데, 철선(鐵扇)은 철로 만든 부채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정작 파초선(芭蕉扇)이라는 부채를 휘두르는데, 이는 파초 잎으로 만든 부채입니다. 아마도 부채살이 철이고 부채면이 파초인가봅니다.
- 탁탑천왕(托塔天王) : 탑을 지키는 천왕(신)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그는 이야기 속에서도 탑을 들고 있습니다.
- 금각(金角), 은각(銀角) 형제 : 금색 뿔, 은색 뿔을 가진 것으로 묘사되는 요괴들입니다.
이 외에도 등장인물들이 무수히 많지만,
이만 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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