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사자성어는 아마 많이들 들어보셨을겁니다.
이는 『열자』 황제편, 『장자』 제물론편에 나오는 말로, 보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송나라 때 저공이라는 사람이 원숭이를 키웠습니다.
어느 날 원숭이가 너무 많고 음식이 부족한 지경에 이르렀고
저공은 원숭이를 시장에 팔거나 다른 사람에게 줘야 할지도 몰랐습니다.
저공은 원숭이에 대한 깊은 사랑 때문에 그들과 헤어지기가 꺼려집니다.
오랜 고민 끝에 아침에 도토리 3개, 저녁에 4개를 준다고 말하며 급식을 줄이기로 하였습니다.
원숭이들은 이러한 결정에 화를 터뜨렸습니다.
진공은 그럼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를 주겠다고 말합니다.
이에 원숭이는 만족하고 기뻐했다고 합니다.
위의 이야기는 하루에 받는 총 개수가 바뀌지 않았음에도 만족을 느끼는 어리석은 사람을 뜻하는 말이기도,
또 간사한 말장난으로 사람을 속이는 것을 표현하는 것으로 지금까지 널리 쓰였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현대 경제학에서는 이를 달리 해석합니다.
아침 저녁이 아니라, 지금과 먼 미래(한 달, 2년 혹은 10년까지)로 확장해보면 어떨까요?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인 상태는 곧 미래 급부가 더 큼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현재를 만족해하며 살 수 있는 방법을 터득했습니다.
바로 은행에서 빚을 지거나, 신용카드를 쓰는 것입니다.
미래 급부를 하나 가져와 현재의 내가 소비하는 것이죠.
부채는 현대 경제 시스템의 필수적인 부분이 되었으며,
개인은 즉각적인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점점 더 대출과 신용 카드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사용 가능한 총 량은 7개 이지만 미래에 갚아야 할 빚은 8개에서 그 이상으로 늘어난 셈이니
이는 합리적인 거래라고도 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부채의 역설을 이해하려면 재정적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요인을 알아야 합니다.
인간은 돈과 관련하여 항상 합리적인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행동은 종종 감정, 인지적 편견, 사회적 압력에 의해 좌우됩니다.
부채를 진다는 것은 다음의 여러 가지 심리적 요인이 작용합니다.
사람들이 빚을 지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즉각적인 소비에 대한 욕구입니다.
인간은 장기적인 재정적 안정보다 단기적인 즐거움을 우선시하면서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하도록 연결되어 있습니다.
신용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을 통해 개인은 기다리거나 저축할 필요 없이
즉각적인 욕구를 충족할 수 있습니다.
FOMO(Fear of Missing Out): 오늘날의 소비자 문화에서는
트렌드를 따라잡고 일정한 생활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엄청난 압력이 있습니다.
경험이나 소유물을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개인이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거나
충족시키기 위해 자신의 능력 이상으로 돈을 빌리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부채는 현재와 미래 사이에 심리적 거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돈을 빌릴 때 나중에 갚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으면서
자신의 행동에 따른 미래 결과를 할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시간적 분리는 종종 장기적인 재정적 부담에 대한 과신과 과소평가로 이어집니다.
그럼 미래에 나에게 돈을 끌어오는 이러한 방식을 마냥 어리석은 일이라고 폄하할 수 있을까요?
해석하기에 따라 다르지만, 적당한 빚은 지금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고,
또 경제적 활동을 이어갈 동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부지런히 월급을 모아 10년 20년 뒤 집을 사는 것보다,
은행 대출을 통해 지금 당장 살 수 있는 집을 구하는 것은 어찌보면 매우 합리적인 결정일 수 있습니다.
지금 현재 수중에 돈이 없지만 신용카드를 사용함으로써 당장 오늘의 식사를 해결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죠.
미래는 어떻게 올 지 알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지금을 살아갑니다.
그 지금은 매우 소중한 시간이기에 많은 사람들은 그 지금을 만족해하며 살아가고 싶어합니다.
지금 당장 불행하다면, 먼 미래의 내가 비록 만족할지도 모르지만 큰 의미가 없을 수 있습니다.
하루하루 바삐 살아가면서 미래의 나를 위해 돈을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맛있는 붕어빵 하나, 떡볶이 한 접시가 주는 행복 또한 누려야 합니다.
그렇다고 과도한 빚을 지는 것은 절대 금물입니다.
이는 몇 천번을 되뇌여도 지나침이 없는 말입니다.
'이상한 한자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땀을 흘리지 않는 사람들 - 불한당(不汗黨), 깡패, 건달(乾達), 그리고 백수(白手) (0) | 2023.07.07 |
---|---|
꽃들의 전쟁 - 화투(花鬪) 이야기 (0) | 2023.07.06 |
천도(天桃) 복숭아는 하태하태 - 잉여적 표현을 알아보자 #3 (0) | 2023.07.04 |
완두(豌豆) + 콩, 콩은 두 번 까야 제 맛 - 잉여적 표현을 알아보자 #2 (0) | 2023.07.03 |
역전(驛前) 앞?? 대머리 독(禿)수리?? - 잉여적 표현을 알아보자 #1 (0) | 2023.07.02 |